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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GG 어그, 양털 부츠의 시초, 상표권 분쟁

by 아이스 야쿠르트 2024. 10. 24.

20년 전에 엄청나게 유행했던 어그 부츠가 작년 겨울부터 다시 유행하고 있습니다. 방한 기능과 트렌드를 동시에 갖춘 그 시절 우리 모두의 겨울 부츠였던 어그부츠의 시초와 상표권 분쟁 등을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UGG 오스트레일리아

 

양털 부츠의 시초

양털 부츠의 처음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차 세계대전 때 탄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항공기 내 온도 조절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비행사들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양털로 옷을 만들어 입고, 신발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무스탕 재킷과 어그부츠의 원형이 된 것입니다. 이런 소재를 쉽스킨(Sheep skin)이라고 합니다. 털이 살아있어서 보온력도 강하고 촉감도 좋습니다. 어그부츠의 원조 격인 양털 부츠를 만든 사람은 호주에서 '전설의 서퍼'라 불리는 '셰인 스테드먼'입니다. 양털 부츠는 더운 여름에 바다에서 서핑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1970년대 시드니에서는 서핑이 유행했습니다. 초여름에는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그래서 서퍼들은 물에서 나와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양털부츠를 슬리퍼처럼 신었습니다. 셰인은 서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핑보드를 만드는 샵을 운영했습니다. 어느 날 한 서퍼가 찾아와서 쉽스킨 (Sheep skin)으로 자기 발에 맞는 부츠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셰인이 처음 만든 부츠는 엉망이었습니다. 양털 부츠는 방수 기능이 없어서 눈이나 비를 맞으면 관리가 잘되지 않습니다. 색깔도 변하고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요즘은 어그부츠에 방수 처리를 따로 해서 생산합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기술도 없고 가죽의 품질도 안 좋아서 신발도 흐물흐물해졌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물에 젖은 발로 신으면 냄새가 심하게 났다고 합니다.

 

상표권 등록

셰인은 1971년 어그부츠를 'UGH'라는 스펠링으로 호주에 상표 등록을 합니다. 그런데 몇 년 뒤인 1978년 이 부츠를 미국에 진출시킨 사람은 브라이언 스미스입니다. 브라이언 스미스도 서핑을 너무 좋아했던 서퍼였고, 직업은 회계사였습니다. 시드니에서 서핑을 주로 즐겼는데, 어느 날 미국 캘리포니아로 놀러 가서 서핑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사람들은 물에서 나와서 슬리퍼를 신고 추위에 떨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자기 어그부츠를 자랑합니다. 그랬더니 주변 서핑 샵 사장님들이 몰려들어 미국에 가져와서 팔면 대박 날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브라이언은 호주로 돌아가서 500켤레의 어그부츠를 사서 캘리포니아로 가져옵니다. 그런데 막상 부츠를 가져오니까 서핑샵 사장님들 반응이 별로였습니다. 부츠가 좋아 보이긴 하지만 잘 팔릴지 고민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모델이 부츠를 신은 사진을 찍어서 화보도 내고 백화점에도 납품했습니다. 그리고 서퍼들을 만나 1대 1로 집중하여 공략합니다. 프로 서퍼들한테 부츠를 신게 하여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시작합니다. 그 결과 서퍼들 사이에서 어그 부츠가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브라이언은 1979년 미국의 상표를 등록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UGG Australia'라는 브랜드입니다. 이름에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어갔고, 화보에는 캥거루 사진과 호주의 느낌을 줬지만 사실은 미국 브랜드인 것입니다.

 

데커스 아웃도어 어그 인수

이후 1995년 잠재력 있는 브랜드만 골라서 인수하는 '데커스 아웃도어'가 'UGG Australia'를 인수합니다. 데커스 아웃도어는 일명 발가락 슬리퍼인 플리플랍(flip flop)을 만드는 작은 회사였습니다. 그러다가 1985년 샌들 브랜드 테바를 인수하면서 성장을 하게 됩니다. 테바로 수익을 올린 데커스는 1994년 노르웨이 동계올림픽을 보다가 미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신은 어그부츠를 발견합니다. 그래서 바로 이 브라이언 스미스한테 연락해서 1500만 달러 즉, 한화로 198억 원을 투자해서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를 인수하게 됩니다. 이때만 해도 어그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신발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게 된 것입니다. 어그는 그전까지 소수의 사람들만 아는 전문성이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이후 캘리포니아의 서퍼들 사이에서 시작했고, 상류층 사이에서 소문이 났습니다. 또 할리우드 배우들이 신는 브랜드로 서서히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어그를 소개하게 된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1년에 한 번 방청객에게 선물을 크게 쏘는 'Oprah's Favorite Things'가 있습니다. 역대 최고의 선물은 토크쇼를 찾은 276명 방청객 전원에게 GM에서 세단 한 대씩을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GM의 협찬이었는데 홍보 효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2000년도에 오프라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어그부츠가 소개됐고, 350켤레를 방청객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래서 이때 어그부츠가 매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제니퍼 애니스톤, 카메론 디아즈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 신발을 신으면서 본격적으로 유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올해 신발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배우 임수정 씨가 어그를 드라마에 신고 나오면서 대히트를 치게 되었습니다.

 

어그 상표권 분쟁

어그부츠의 인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이었고, 많은 업체가 어그부츠를 생산했습니다. 이때 이 부츠를 두고 큰 갈등이 벌어지게 됩니다. 당시 여러 비슷한 양털 부츠가 많이 나왔지만, 어그부츠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데커스가 가지고 있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뿐이었습니다. 데커스는 어그의 모조 제품이 남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어그라는 브랜드를 자신들만 쓰게끔 상표권 분쟁에 들어갔습니다. 데커스는 브라이언 스미스에게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를 인수하고 나서 바로 호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서퍼 셰인 스테드먼이 가지고 있는 호주 어그 상표명 'UGH'도 사들였습니다. 욕심이 없는 셰인 스테드먼은 1만 파운드 즉, 1800만 원을 한 번에 받고 그 이후로 1년에 어그 3켤레씩 받기로 하고 상표권을 데스커에게 내줍니다. 나중에 월스트리트 저널이 셰인을 인터뷰하면서 후회하지 않냐 물었더니 '나는 부유해지는 것보다 서핑이 더 좋아서 괜찮다. 여전히 행복하다'라고 말합니다. 셰인이 어그 상표권을 데커스에 팔고 난 뒤 데커스는 어그라는 이름을 달고 파는 호주의 양털 부츠 회사들을 모두 고소합니다. 그런데 어그부츠라는 단어는 이미 호주에서 몇십 년 동안 쓰면서 일반 명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호주에서는 아무도 문제를 걸지 않았지만, 어그부츠가 유행하기 시작하니까 미국의 사업가가 상표권을 확보하고 어그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못 팔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호주에서도 양털 부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쉽스킨( (Sheep skin) 협회를 만들어서 오랫동안 힘을 모아서 소송을 했습니다. 다행히 호주 내에서는 어그부츠라는 상표권을 취소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래서 호주에선 어그부츠라고 말을 하면서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서 어그라는 이름에 조치를 해놔서 글로벌로 진출하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호주는 2009년부터는 단 한 켤레의 어그부츠도 수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라는 브랜드는 진화해서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됩니다. 호주의 어그부츠 브랜드들은 모양도 클래식한 디자인 그대로이고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서 이제 많이 쇠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그부츠는 호주의 것이 아니라 마치 미국의 신발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데커스는 2016년에 호주의 기업 오스트레일리안 레더(AL)이라는 기업을 고소합니다. 기업의 창업자인 에디 오이거는 자존심을 걸고 어그부츠라는 일반 명사를 되찾아오겠다며 데커스를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지속이 된 소송 때문에 그는 미국에 살면서 소송에 굉장히 돈을 많이 쓰게 됩니다. 5년 뒤인 2021년 결국 미국 법원은 데커스의 손을 들어줍니다. 그래서 이 소송 때문에 AL이 위험에 처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종종 이런 상표권 분쟁이 벌어지는데 상표권 특허가 먼저 발달했고, 유행을 선도하는 미국이 상표권 분쟁을 거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순한 겨울 방한 부츠를 뛰어 넘어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어그가 제 2의 전성기를 맞아 올겨울에는 어떤 디자인을 선보일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