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사랑하는 스포츠 패션 브랜드 휠라는 역사가 100년이 넘는 기업입니다. 예전에는 골프와 테니스 의류에 주력하다 보니 올드한 이미지가 있었지만, 요즘은 10~20세대가 열광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18억 연봉 신화를 쓴 휠라 코리아 윤윤수 회장의 휠라 코리아 설립 이야기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설의 샐러리맨 윤윤수
휠라의 초대 회장은 연봉 18억 원을 받아 우리나라 샐러리맨의 전설로 통하는 윤윤수 회장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영어를 수준급으로 잘했습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어서 영자 신문을 보다가 구인란에서 한 수출 회사의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의 유명한 유통 업체인 J.C. 페니였습니다. J.C. 페니는 미국에서 당시 두 번째로, 큰 백화점 체인이었습니다. 한국사무소는 인원이 5명으로 규모는 아주 작았습니다. 그곳에서는 한국의 의류나 액세서리를 저렴하게 매입해서 미국에 납품하는 일을 했습니다. 윤윤수는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을 찾아다니면서 좋은 제품을 저렴한 단가에 맞춰서 공급하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카스테레오, 텔레비전, 소형 냉장고 같은 좋은 제품을 찾아서 우리나라 제조사들의 수출길을 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본사에서 전자레인지를 대량으로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한국에서는 전자레인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전자레인지 수요가 한창 많았기 때문에 만들 수만 있으면 대박이라고 생각한 윤윤수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전자레인지 생산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급하게 일본에서 전자레인지 120대를 사 와서 연구한 끝에 삼성전자는 6개월 만에 우리 기술로 전자레인지 제작을 완성해서 선적까지 하게 됩니다. 이렇게 삼성전자의 전자레인지를 미국으로 유통시키는 데 성공한 윤윤수는 10년간 무역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휠라 코리아 설립
미국을 자주 오가며 세련되고 멋스러운 패션 브랜드 하나를 눈여겨보게 되는데 바로 휠라였습니다. 휠라는 100년 가까이 의류만 취급했고, 신발은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이 브랜드로 신발을 만들어서 미국에 내놓으면 잘 팔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윤윤수는 휠라의 미국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호머 알티스를 찾아갑니다. 라이선스는 그대로 호머 알티스가 갖고, 윤윤수가 신발을 제작하기로 합니다. 이때 휠라에서 만든 신발들이 미국에서 대박이 나서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신발 분야에는 관심이 없던 휠라의 이탈리아 본사도 신발이 전체 매출의 60%까지 차지하자 직접 생산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호모 알티스에게 큰돈을 주고 라이선스를 회수했습니다. 또한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휠라는 윤윤수에게 휠라 코리아의 사장을 맡아서 전 세계로 납품하는 휠라의 신발을 모두 제작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1991년 휠라 코리아를 설립했고, 윤윤수가 꼭 필요했던 휠라는 연봉으로 160만 달러, 한화로 18억 원을 제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휠라코리아의 지분도 45%를 주면서 합작 형태로 회사를 세우게 됩니다. 휠라는 한국에 설립한 지 1년 만에 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이후 6년간 매년 50% 이상 성장합니다.
휠라 이탈리아 본사 인수
그런데 정작 휠라 이탈리아 본사는 사정이 안 좋아집니다. 2005년 윤윤수는 휠라 코리아를 완전히 사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은행권으로부터 180억 원을 대출받았지만, 인수 대금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휠라코리아 직원들이 퇴직금을 정산해서 힘을 모았습니다. 협력업체와 대리점 사장 등은 사모 투자를 만들어서 펀드를 도와줬습니다. 모두 윤윤수라는 리더십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윤윤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2007년 휠라 본사 인수하게 됩니다. 글로벌 브랜드인 본사가 위기를 거듭하면서 결국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자 월급 CEO였던 윤윤수가 본사를 인수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규모만 보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었고, 인수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윤 회장은 여러 나라에 있는 휠라 지사에 연락해서 10년 동안 받을 앞으로 라이선스비를 미리 받는 방식으로 돈을 마련해서 글로벌 휠라를 인수합니다. 그리고 휠라 본사를 한국으로 이전하게 됩니다.
브랜드 리브랜딩으로 성공
윤 회장은 4년 뒤 더 큰 협상에 도전하는데, 바로 2011년 인수한 골프용품 기업 아쿠시네트 골프 브랜드도 인수한 것입니다. 아쿠시네트는 골프 업계 1위 브랜드로 골프공 타이틀리스트와 골프화 풋조이 등 많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입니다. 이 인수에는 아디다스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해지만, 휠라가 인수에 성공합니다. 2019년부터 새롭게 리브랜딩 하며 휠라를 부활시킵니다. 1980년대에 테니스 선수 비외른 보리의 반소매 셔츠, 1990년대 NBA 선수 그랜트 힐의 농구화가 휠라의 상징이었는데 이것을 복각하거나 오마주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2017년에는 미국의 모델 켄달 제너, 비욘세, 리한나 등도 휠라 옷을 입고 등장했고, 휠라가 다시 부상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휠라의 과거를 모르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투박한 어글리슈즈의 유행도 한몫했습니다. 휠라의 1997년 모델 디스럽터를 20년 만에 재출시하는데 천만 켤레가 글로벌하게 팔리면서 대박이 났습니다.
휠라는 과거의 브랜드 유산을 젊은 감성으로 해석하면서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기업으로, 또 글로벌 브랜드로 오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