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는 역대급 황금연휴가 몰려 있어서 여행 수요가 매우 높아질 전망입니다. 내년 추석 연휴는 징검다리 연휴를 하루 끼면 최대 10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서 벌써 항공권과 숙소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호텔이 아니라 그 지역의 이색적인 숙소를 제공하며 여행계의 이단아로 떠오른 기업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20억 회의 게스트가 방문한 공유 숙소 플랫폼 에어비앤비입니다. 에어비앤비의 창업과 성장 과정, 여행의 문화를 바꾼 다양한 숙소 경험 등을 소개합니다.
에어비앤비 창업
에어비앤비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8년 2명의 디자이너로 출발합니다.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미국의 손꼽히는 미술대학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함께 다니는 룸메이트였습니다. 비싸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들은 매년 열리는 산업디자인 콘퍼런스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방을 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캠핑할 때 쓰는 에어베드를 거실에 깔아주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사이트를 아주 간단하게 만들고 집 사진을 올리고 기다렸는데 각각 다른 지역에서 3명의 디자이너가 숙박을 신청합니다. 체스키와 게비아는 이들과 함께 콘퍼런스도 보고 샌프란시스코 구경도 시켜줍니다. 이 세 명의 손님이 3일 동안 낸 돈이 1200달러였고, 그들은 친구도 사귀고, 월세도 한방에 마련하게 됩니다. 이후 이것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기로 합니다. 이때 체스키의 전 룸메이트였던 개발자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합류했고 그는 하버드를 졸업한 우수한 개발자였습니다. 이들은 2007년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바로 에어베드 앤 브랙퍼스트(Air Bed & Breakfast)였습니다. 당시에는 호스트 조건이 손님들에게 꼭 에어베드를 깔아줄 것, 그리고 아침 식사를 꼭 제공할 것이었습니다.
신뢰로 쌓은 성장
사업 초반에는 낯선 사람의 집에 가서 잔다는게 어색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업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방을 내놓은 호스트가 뉴욕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뉴욕의 호스트를 집집마다 찾아가서 이용자들을 만나 같이 사진도 직접 찍고, 상세 페이지도 문구도 직접 쓰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숙박 예약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2008년부터는 회사 이름을 에어베드와 블랙패스트를 과감히 빼고 에어비앤비(Airbnb)로 바꿉니다. 그리고 초기에 뉴욕에만 집중한 이들은 100명의 호스트를 모으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숙박 경험에 집중한 결과 재이용률을 40%까지 만들어냅니다. 전 세계 호텔 체인 메리어트 호텔보다 높은 지표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집에서 숙박한다는 게 부담스럽고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사업 초기에 신뢰를 디자인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름, 생일, 전화번호를 올리는 건 기본이고, 모든 가입자가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과 자기 스토리를 남기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예약이 확정되기 전에는 게스트 사진은 볼 수 없도록 해서 게스트를 차별하지 않도록 고안했습니다. 또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나면 반드시 후기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호스트는 좋은 후기와 평점이 있어야 또 다음에 더 잘 노출이 되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게스트도 후기를 받기 때문에 정중하게 행동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예약 서비스인 익스피디아나 호텔스컴바인과는 달리 에어비앤비는 SNS로 디자인했습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는 운도 뒤따랐습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주인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때 집주인들은 에어비앤비로 방을 빌려주면서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보탤 수 있었고, 에어비앤비도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유럽의 고성을 통째로 빌릴 수도 있었고, 수상가옥이나 나무 위에 오두막 같은 다양한 형태의 숙소들이 에어비앤비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2008년에는 1년 동안 400건이었던 예약이 10년 뒤에는 2분마다 400건으로 급성장했습니다. 런던, 파리, 밀라노, 바르셀로나, 서울 등 전 세계 지사가 세워지고, 2015년에는 매출액이 힐튼 호텔을 넘어섭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이 메리어트가 8300개 호텔에 150만 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직접 보유한 객실은 하나도 없지만, 훨씬 더 많은 660만 개의 숙소가 리스트업 되어있습니다. 또한 시가총액도 메리어트보다 에어비앤비가 높습니다. 이제 생긴 지 16년밖에 안 된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을 압도했습니다.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여행 문화를 크게 바꾼 셈입니다.
에어비앤비의 위기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에어비앤비는 2020년 터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이합니다. 매출이 80%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호스트들에게는 예약을 무료로 취소하게 해 주면서 그 보상까지 에어비앤비가 함께해 줬습니다. 갑자기 터진 위기로 에어비앤비는 지분을 매각하고 대출로 20억 달러를 조달합니다. 그런데도 에어비앤비는 사업을 축소해야 했습니다. 7500명의 직원 중 1900명을 감축하고, 남은 인원들은 6개월간 월급을 반으로 삭감했습니다. 이렇게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그 기회는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교회의 인적 드문 숙소를 추천하기 시작합니다. 체스키도 직접 6개월간 미국 전역을 돌면서 18개의 에어비앤비에서 살면서 근무를 해봤습니다. 직접 해보니까 노트북만 있으면 낯선 사람의 집에서도 회사를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는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했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됩니다. 이렇게 유용한 에어비앤비가 현재는 세계적으로 큰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지역의 용도가 바뀌면서 부동산값이 올라가고, 기존 거주자가 오히려 내몰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민들 들이 고통을 받자 여러 나라에서 규제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서는 2028년부터 주거용 시설의 단기 임대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뉴욕도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를 규제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 코리아는 지난 7월 규제와는 별개로 영업신고증이 없는 무허가 공유 숙박을 내년 10월까지 모두 퇴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없던 시장이 만들어지다 보니 생각지 못한 이슈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에어비앤비의 다양한 숙소 경험
한편, 에어비앤비는 최근 '컬처 아이콘'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숙소뿐만 아니라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픈한 겁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는 픽사 애니메이션 '업'에 나온 풍선 타고 날아가는 집을 정말 크레인으로 공중에 매달았고 여기서 숙박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명물인 시계탑을 초호화 객실로 만들어서 시계탑 안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예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컬처 아이콘이 오픈을 했는데요. 서울시와 협력하여 한강대교 위의 전망호텔 '스카이 스위트, 한강 브리지, 서울(Sky Suite, Hangang Bridge, Seoul)’를 만들었습니다. 한강대교 위에서 숙박하면서 한강과 노을을 감상하고, 밤에는 유리천장으로 하늘을 보면서 잘 수 있습니다. 세븐틴의 '러브 머니 페임' 뮤직비디오 속 공간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가는 게 아니라 살아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에어비앤비가 한국 GDP에 3조 9천억 원의 규모에 기여하고 있고, 약 6만8천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를 잘 활용한다면, 지역관광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에어비앤비가 바꾼 여행 문화가 긍정적으로 자리를 잡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