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고 지난해 배달시장이 처음으로 역성장을 하면서 배달 거래액이 0.6% 감소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배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근엔 무료배달 전쟁까지 일어났는데요. 치열한 배달경쟁으로 관심이 뜨거운 기업, 우리나라 최초로 배달 시장에 문을 연 '배달의 민족'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의 창업자와 기발한 카피라이팅 광고, 배달 업계의 위기 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배달의 민족 창업자 김봉진
원래 기업명은 우아한 형제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배달의 민족'이라고 익숙하게 부릅니다. 배달의 민족을 만든 창업자는 김봉진 대표입니다. 김봉진 대표는 유니콘 기업의 신화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순수 미술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미술 학원에 다닐 만큼 가정 형편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겨우 4개월 동안 미대 입시를 준비했고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때 TV에서 이케아를 보고 가구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실내 디자인 전공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군대를 제대할 무렵 딱 IMF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 회사에서는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포토샵을 다룰 수 있었기 때문에 광고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7년 정도 웹디자인을 했지만, 원래 하고 싶었던 가구 디자인에 미련이 많았습니다. 결국 그동안 번 돈에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더해서 가구점을 차립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폭삭 망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수제 가구점은 고급스럽고 예쁘긴 했지만, 가격을 물어본 사람은 너무 비싸서 사지 않고 조용히 돌아갔습니다. 김봉진은 이때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디자인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사업에 실패한 김봉진은 포털회사 네이버에 취업하지만 월급으로 사업할 때 진 빚에 이자를 갚기 바빴습니다. 밤마다 디자인 알바를 하고 또 아내도 같이 열심히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네이버에 새로 입사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 자기도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국민대 시각디자인 학과에 입학합니다. 이후 매일 블로그에 디자인과 관련된 게시물을 하루에 8개씩 올렸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755일 동안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발견하게 되고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달앱 만들기 프로젝트
2010년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할 때라 누구나 앱을 만들겠다고 나설 때였습니다. 고등학생도 서울 버스 앱을 만들어서 화제가 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김봉진과 친구 친구들도 재미 삼아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사업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고 이런 게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앱을 만들어봤습니다. 단순히 114처럼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안내 서비스였습니다. 예전에 배달앱이 있기 전에는 상가에서 만든 음식점 책자가 있었습니다. 그 책자를 보고 짜장면 치킨 족발보쌈 같은 거 시켜 먹었는데요. 이 책자를 앱으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잘되는 앱 서비스는 다음,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과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거기는 엄청난 기술력, 멋진 디자인, 빵빵한 자본이 있기 때문에 이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와 친구들은 '우리는 네이버가 할 수 없는 것을 파고들자'라면서 발품을 팔기로 결심합니다. 이때만 해도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많은 지역을 공략합니다. 먼저 젊은이들이 많은 강남, 그리고 네이버 본사가 있는 분당, 그리고 다음 본사가 있던 한남동 이 세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이 동네에 있는 모든 전단지를 주워서 하나하나 스캔을 떴습니다. 처음에는 앱에서 주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메뉴랑 전화번호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배달의 민족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걸 알 수 있어야 사장님들이 '배달의 민족에 광고를 올렸더니 전화가 걸려오는구나' 하고 효과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앱에서 전화 버튼을 누르면 가게 사장님이 전화를 받을 때 '배달의 민족에서 걸려온 전화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게 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를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크게 보였던 거예요. 우선 주문을 하는 이용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업체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지도 앱도 발달을 하지 않았을 때였으니까 여기가 맛있는지 어떤지 알기도 어려웠습니다. 또 배달에 불만이 생겨도 사장님한테 따지지 않는 한 의견을 전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배달의 민족에서 사용 후기를 남기게 되면 내가 의견도 내고, 사전에 가게의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리뷰 하나로 맛과 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또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니까 그동안은 전단지도 뿌리고 여기저기 돈 내고 광고를 하는데 전단지를 보고 온 건지 효과를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민을 통해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바로바로 얼마나 주문으로 연결되는지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발한 카피라이팅
김봉진은 이때서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보고자 투자를 받고 사용자들과 사장님들의 문제를 해결해 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회사는 서비스를 출시하고도 6개월이나 지나서야 설립했습니다. 누구나 이런 불편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1년 만에 200만 다운로드, 2년 만에 500만 다운로드까지 쭉쭉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배달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배민은 처음에는 전화번호만 제공했는데, 경쟁자는 바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이때 배달의 민족이 집중 공략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2030 사회 초년생들을 타깃으로 재미있는 경품을 제공하며 SNS에 홍보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 '월간 디자인'이라는 잡지에 광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디자이너들이 보는 잡지였기 때문에 실린 광고들이 매우 화려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오히려 역발상으로 흰 바탕에 ' 잘 먹고 한 디자인이 때깔도 좋다.'라고 카피 한 줄만 크게 넣었습니다. 잡지사 담당자가 최종 파일이 맞냐면서 전화가 올 정도로 디자인이 안 된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광고를 내보냈더니, 반응은 뜨거웠고 그때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잡지에 광고를 내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 '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굶은 베르테르의 슬픔',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등등 기발하고 위트 있는 카피라이팅으로 대히트를 칩니다. 또한 배민 신춘문예를 개최해서 '먹을 거'로 삼행시를 짓게 하고 재미있는 굿즈도 많이 만듭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 최초로 팬클럽도 생기는 등 신드롬이 일어났습니다.
배달 업계의 위기
마케팅이 엄청나게 성공했지만 배민도 위기가 있었습니다. 배달 시장이 매년 확대하면서 성장했지만 항상 비판도 따라다녔습니다. 자영업자들에게 과중한 광고비 부담을 준다거나, 배달 시장 자체가 커져서 교통사고 문제나 쓰레기 문제를 가져온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 배달의 민족은 자영업자들과 상생하겠다며 수수료 0%를 선언합니다. 단순히 배달을 연결해 주는 데서는 돈을 안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배달의 민족 주요 매출 구조는 상단 노출과 같은 광고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수수료 역시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수료 0원을 선언한 후 타격이 있었습니다. 그 해에는 영업 손실이 248억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는 바로 흑자로 전환하면서 계속 성장해 나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용자가 계속해서 늘어난 것입니다. 2018년에 배달의 민족 회원은 2천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꾸준히 한 달에 2천만 명이 사용을 합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이 한 달에 한 번은 배달의 민족을 사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2천만 명이 사용하는 앱은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는 배달 중계만 했지만 이제는 직접 배달도 합니다. 배민배달, 편의점이나 슈퍼와 같이 상품을 배달해 주는 B마트, 그리고 요즘은 꽃, 뷰티, 패션에 택배까지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매출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배달의 민족은 독일계 배달회사 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 75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 M&A 사상 최고의 금액이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2010년 설립되어 10년 만에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기업이 아무것도 없었던 한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준하는 테크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배달 시장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잠시 주춤하다가 최근 다시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배달 시장 3위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선언하며 신호탄을 당겼습니다. 그러자 배달의 민족, 요기요도 무료배달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쿠팡이 먼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경쟁에 긍정적이라는 효과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에 또 결국 그 비용은 나중에 점주들이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은 상황입니다.
현재 배달 생태계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피로도가 높고, 소비자들도 높은 물가에 배달료까지 부담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 경쟁이 좋은 작용으로 앞으로 배달시장의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건강한 시스템이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