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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의 창업, 상하목장 설립, 폴 바셋 협업

by 아이스 야쿠르트 2024. 9. 7.

얼마 전 파리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데요. 그중 태권도 종목 금메달리스트 박태준 선수는 매일유업에서 격려금과 4년 분량의 단백질 보충제를 후원받게 되어 관심을 모았습니다. 매일유업은 박태준 선수의 아버지가 20년 동안 근무를 했고, 그가 어릴 적부터 매일유업의 우유를 먹고 자랐다고 밝혀 더 화제가 되었습니다. 55년째 한국의 우유업계를 이끌어 온 매일유업의 창업주 김복용 회장이 특수 분유를 생산하게 된 계기와 상하목장 설립, 폴 바셋과의 협업 등 다양한 사업을 소개합니다.

 

매일유업

 

1. 매일유업의 창업주 김복용 회장

6.25 전쟁 당시 홀로 월남을 한 김복용 회장은 을지로 방산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합니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신용을 바탕으로 제분업과 무역업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됩니다. 1971년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낙농업을 부흥시켰습니다. 이때 김복용 회장은 우유가 국민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고품질의 우유를 생산하여 이를 대중화하고자 하는 목표로 낙농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동안 모은 자본금으로 정부와 50:50으로 출자하여 '한국 낙농 가공 주식회사'를 설립합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에는 젖소가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낙농업체가 뉴질랜드에서 임신한 젖소를 배로 들여왔는데, 한 달 반 동안 배로 오는 도중에 젖소들이 죽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김복용 회장은 젖소를 비행기로 운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대한항공에 도움을 요청해 건강한 젖소를 하루 만에 국내에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3년간 5천여 마리의 젖소를 국내로 들여와서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기는 했지만, 냉장 시설이 부족하여 신선하게 유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물에 타면 우유가 되는 전지분유를 선보였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멸균우유도 개발합니다. 그러다 냉장 시설이 보급되면서 신선한 생우유를 보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신선한 우유 이미지가 알려지면서 회사 이름을 '매일유업'으로 바꾸게 됩니다. 매일유업에는 우유 외에도 다양한 제품이 많습니다. 과일 맛 음료 '피크닉, 요구르트 '비피더스', 떠먹는 요구르트 '바이오거트', 허쉬 초콜릿 드링크, 썬업, 분유 '앱솔루트', 편의점에서 처음 선보인 커피 '카페라떼'도 매일유업의 제품입니다.

 

2. 특수분유 생산

평소 매우 검소했던 김복용 회장은 회사도 검소하게 운영했습니다. '사옥을 짓거나 살 돈이면 공장을 하나 더 짓겠다'라고 하며 전국에 우유공장과 물류창고를 늘려가며 신선한 우유를 보급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매출은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알뜰하게 사업을 꾸려가는 김복용 회장이 오랫동안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공들여해오고 있는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특수 분유 제작사업 '입니다. 김복용 회장은 우연히 병원에서 선천성 대사 이상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병은 100만 명 중 1명 꼴로 태어나는 희귀 질환으로 이병을 가지고 태어나면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모유는 물론이고 고기나 쌀밥 같은 일반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됩니다. 잘못 먹었다가는 각종 장애와 뇌세포 손상,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은 20년 전에도 당시 가격으로 한 통에 6만 원 이 넘는 해외 분유를 먹어야 했습니다. 선천성 대사 이상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국내에 300여 명인데, 김복용 회장은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들을 위한 분유를 개발합니다. 1999년부터 특수 분유 8종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1년에 2번 열흘간 생산공장을 통째로 멈추고 이 분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일반 분유와 성분과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설비를 세척하고 생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적은 만큼 이익을 얻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정부가 안 하면 우리라도 한다'라는 김용복 회장의 고집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요즘은 중국에서 특수분유 수요가 생겨서 중국에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3. 상하 목장 설립

김복용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장학재단을 만들어 꾸준히 장학금을 지급해 왔습니다. 2006년 8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 전 마지막 숙원사업인 '상하 목장'을 전라북도 고창에 설립합니다.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자연치즈를 만드는 곳이 없고 자연치즈를 수입해서 다른 첨가물과 섞어 만드는 가공치즈 공장만 있었습니다. 김 회장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자연치즈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자연치즈를 위한 농장과 공장을 만들어 남는 우유를 소비하기로 계획합니다. 그래서 매일유업은 고창군 상하면에 큰 목장을 만들고 유기농 우유를 생산합니다.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려면 축사도 더 넓어야 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초지를 갖춰야 합니다. 게다가 인증받은 유기농 사료와 풀만 먹어야 하고,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전담 수의사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입니다. 그만큼 여기서 만들어진 우유와 치즈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유통되었고, 목장은 언제든지 도시 사람들이 놀러 올 수 있는 체험형 농장으로 운영했습니다.

 

4. 우유업계의 위기 극복

매일유업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선보이고, 경영을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유업계에는 위기가 닥쳤습니다. 바로 출산율의 감소입니다. 분유나 우유의 소비가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또한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이 무관세로 수입되게 됩니다. 20년 전 FTA에 따라 유제품의 관세는 방어를 위해서 처음에는 100%로 상정하고, 해마다 5%씩 관세를 낮춰왔습니다. 2026년이 되면 0%로 시효가 종료되며 저렴한 외국의 멸균우유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유업계는 우유산업에서 벗어나야 하는 역설적인 숙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1997년 김용복 회장의 아들 김정환 사장은 일찍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More than food, Beyond korea'라는 비전을 선포합니다. 우유도 뛰어넘고, 음식도 뛰어넘어 세계로 나가겠다는 의지였습니다. 매일유업은 우유를 마시면 유당의 분해와 흡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배탈이 잘 나는 사람들을 위한 '락토프리 우유'를 선보였습니다. 유당불내증은 우리나라 성인의 84%, 전 세계 인구의 75%가 겪고 있을 만큼 흔한 증상입니다. 매일유업은 2006년 이들을 위한 특별한 우유인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락토프리 우유는 락타아제라는 유당 분해 효소를 사용하는데 우유 본연의 깔끔하고 고소한 맛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유업은 핀란드 발리오사의 기술을 독점으로 도입합니다. 필터로 먼저 걸러내고, 나머지는 효소로 가수분해하는 방법으로 우유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락토프리 우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5. 사업의 확장 - 폴바셋과 협업

폴 바셋(Paul Bassett)은 호주 출신의 유명한 바리스타로,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커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한 매일유업이 폴 바셋에게 커피 사업을 제안하여, 바셋이 직접 고른 원두를 그의 방식으로 추출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매일유업이라는 브랜드를 가리고 커피 사업을 시작했지만, 폴 바셋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가 매일유업의 우유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성수동에 인기있는 식빵 브랜드 밀도를 인수했습니다. 밀도를 통해 락토프리 식빵처럼 매일유업 제품을 활용한 신선한 식빵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단백질 제품인 '셀렉스', 보충식 '매일닥터'와 같은 건강기능식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일유업은 우유 외에도 식물 대체유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건과 건강 열풍으로 여러 가지 식물성 음료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미국의 아몬드 전문기업 블루다이아몬드와 계약하여 '아몬드 브리즈'를 출시했고, 2021년에는 '어메이징오트'를 출시했는데 이는 중국의 스타벅스에서 귀리 음료에 독점 사용되고 있습니다. 6.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사업 매일유업의 어르신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사업은 2003년 옥수 중앙교회 호용한 목사님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옥수동의 험난한 달동네에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평소 꼬박꼬박 새벽기도에 나오던 분들이 며칠씩 안 보이면 불안했던 목사님은 독거노인의 집 앞에 우유가 쌓이면 배달부가 빨리 신고하여 사회적 고립이나 고독사를 방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 독거노인 100 가구에 우유배달을 시작했고, 실제 혼자 돌아가신 어르신이 바로 발견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허 목사님이 주변의 후원을 조금씩 받아 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매일유업이 독거 어르신들에게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은 '소화가 잘되는 우유' 전체 매출의 1%를 독거노인을 위해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 금액은 현재 서울 20개 구에서 노인 2600명에게 매일 우유가 배달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칸 국제광고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2013년 우유업계에 다소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남양유업이 대리점을 상대로 제품을 강매한 사건인데 남양유업은 그 여파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 현재 오너 일가는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기고 경영에서 전면 손을 떼었습니다. 반면 매일유업은 2024년 대리점 분야 공정거래협약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동안 매일유업은 대리점 직원과 가족들을 위해 장학사업과 펀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리점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우유 소비의 저하로 당분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우유업계에서 매일유업이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뚫고 가기를 바랍니다.